1. 디나의 사건: 비극의 시작
창세기 34장은 야곱의 딸 디나가 세겜 땅에 나갔다가, 그 지역의 족장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강간당하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창 34:1-2). 세겜은 디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결혼을 원했지만, 그 사랑은 이미 폭력과 억압으로 물든 뒤였습니다.
이 장은 여성을 소유물처럼 여기는 당시 문화의 잔혹함과, 인간의 정욕과 권력남용이 얼마나 쉽게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고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죄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2. 야곱의 침묵과 아들들의 분노
야곱은 이 사건을 듣고도 “잠잠하였으니 이는 그가 자기 딸에 대하여 말하기를 기다림이었더라”(창 34:5)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의 반응은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웠습니다. 반면 야곱의 아들들, 특히 시므온과 레위는 분노에 가득 차 복수를 준비합니다(창 34:7).
정의에 대한 열망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들은 하나님의 뜻을 묻기보다는 인간적인 감정으로 행동합니다. 결국 그들은 거짓말로 세겜 사람들을 속이고,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받은 틈을 타 성을 급습하여 남자들을 다 죽이고 여인들과 재물을 빼앗습니다(창 34:25-29).
3. 인간의 복수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이 사건의 끝에서 야곱은 말합니다. “너희가 내게 화를 끼쳐 나로 하여금 이 땅의 주민 곧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에게 악취를 내게 하였도다”(창 34:30). 야곱은 단지 정치적인 후폭풍을 염려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그의 말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 세상 앞에 보여야 할 거룩함과 신중함의 상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시므온과 레위는 말합니다. “그가 우리 누이를 창녀같이 대우함이 옳으니이까?”(창 34:31). 이 말은 정당해 보이지만, 하나님의 방식이 아닌 인간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결과는 피로 얼룩진 도시와 더럽혀진 언약 백성의 이름이었습니다.
4. 거룩함을 지키는 진정한 정의
이 본문은 복수의 정당성보다는 ‘거룩함’에 대한 하나님의 기준을 상기시켜 줍니다. 성경은 로마서 12:19에서 말합니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고 하셨으니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정의는 인간의 감정이 아닌 하나님의 공의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우리가 감정으로 분노할지라도 그것이 곧 하나님의 뜻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디나의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정의 실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른 반응과 언약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입니다.
맺음말: 상처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디나의 이야기는 고통스러운 사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길 원하실까?" 세상은 감정에 따라 즉각 보복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거룩함과 신중함을 요구하십니다. 정의는 감정이 아닌 말씀 위에서 세워져야 하며, 회복은 오직 하나님의 방식으로만 가능합니다.
상처를 받았을 때, 우리는 야곱처럼 침묵할 수도, 시므온과 레위처럼 분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회복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반응할 때 이루어집니다. 우리 모두가 정의보다 먼저 거룩함을 추구하는 하나님의 백성 되기를 소망합니다.
'회막을 진영 가운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순절]마태복음(19~28) 묵상: 예수의 고난, 죽음 그리고 부활 이유를 다시 생각 (1) | 2025.04.15 |
---|---|
[창세기 35장] 하나님께 돌아가는 길 (0) | 2025.04.15 |
[창세기 33장] 화해의 기적, 두려움 너머의 은혜 (1) | 2025.04.10 |
[사순절]마태복음(1~18) 묵상: 예수의 고난, 죽음 그리고 부활 이유를 다시 생각 (0) | 2025.04.10 |
[창세기 32장] 하나님과 씨름할 때, 진짜 나를 만납니다 (0) | 2025.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