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려움 앞에 선 야곱
창세기 32장은 야곱이 오랜 타향살이를 마치고, 형 에서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평온하지 않았습니다. 에서는 400명을 거느리고 자신을 향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야곱은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창 32:7) 마음이 무너집니다. 과거 형을 속이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챘던 죄책감, 그리고 그에 대한 보복의 가능성이 그를 압도합니다.
그는 사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선물 공세, 가족과 종들을 나눠 배치하여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합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계산과 전략으로는 마음의 두려움을 없앨 수 없습니다. 결국 그는 한밤중에 홀로 남아 하나님과 씨름하게 됩니다(창 32:24).
2. 야곱의 씨름: 외면의 싸움이 아닌 내면의 싸움
성경은 “어떤 사람이 야곱과 씨름하였더니”(창 32:24)라고 표현합니다. 전통적으로 이 인물은 하나님 혹은 하나님의 사자로 해석됩니다(호세아 12:3-4 참고). 야곱은 단순히 누군가와 육체적으로 싸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와 두려움, 정체성과 씨름한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야곱의 환도뼈를 치심으로 그를 이기게 하십니다(창 32:25). 야곱은 평생 다리를 절며 살게 되었지만, 그는 이 밤을 통해 새로운 이름, 새로운 정체성을 받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말씀하십니다.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창 32:28). ‘야곱’은 ‘발뒤꿈치를 잡는 자’ 또는 ‘속이는 자’라는 뜻이지만,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라는 의미입니다. 즉, 하나님은 야곱의 과거를 직면하게 하시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이름과 사명을 주신 것입니다.
3. 씨름하는 기도, 응답받는 삶
우리는 종종 기도를 편안하고 조용한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때로 기도는 치열한 ‘씨름’입니다. 하나님께 매달리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야곱은 말합니다.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창 32:26). 그의 기도는 간절했고, 생명을 건 싸움이었습니다.
우리도 삶의 전환점에서 이와 같은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인생의 두려움, 실패, 죄책감 속에서 하나님 앞에 엎드려야 합니다. 하나님은 그런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의 환도뼈를 치심으로, 더 이상 인간적인 방법을 의지하지 못하게 하시고, 전적으로 하나님만 의지하도록 이끄십니다.
4. 변화는 상처와 함께 옵니다
야곱은 축복을 받았지만, 동시에 평생의 상처도 안게 됩니다. 그러나 그 상처는 저주가 아니라 은혜의 흔적입니다. 하나님과 씨름한 사람만이 아는 깊이 있는 변화는, 상처 없는 삶을 통해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습니다. 바울 역시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는 말씀을 들은 후에, 육체의 가시를 자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씨름한 사람은 겉으로는 절고 있을지라도, 내면에는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과 사명이 자리잡게 됩니다. 우리는 야곱처럼 두려움 속에서 기도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처럼 사명을 가지고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씨름의 은혜를 경험하고 계신가요?
우리는 때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기 위해 ‘씨름의 밤’을 허락하십니다. 그 밤은 아프고 외롭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새로운 이름과 정체성을 부여하십니다. 지금 두려움 속에 있다면, 지금이 바로 씨름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씨름 끝에는 분명히 새로운 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야곱이 마주한 에서는 더 이상 그를 죽이려는 형이 아니라, 화해의 품으로 안아주는 형이었습니다. 하나님께 맡기고 씨름하십시오. 그분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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