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서를 향해 나아가는 야곱
창세기 33장은 야곱이 드디어 형 에서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전날 밤, 하나님과 씨름하며 이름이 '이스라엘'로 바뀌고 하나님의 얼굴을 본 자로 살아남은 야곱(창 32:30)은 이제 형 에서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조심스럽습니다. 자신의 가족을 앞뒤로 배치하고, 자신은 일곱 번 땅에 엎드려 형에게 가까이 나아갑니다(창 33:3).
이 모습은 단지 예의가 아니라,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입니다. 야곱은 자신이 과거에 행한 속임수와 불의를 인정하며, 겸손히 용서를 구하는 태도로 다가갑니다. 이는 진정한 회개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2. 예상 밖의 반응, 은혜로 덮인 관계
야곱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지 않았습니다. 에서는 분노하거나 복수하지 않았고, 오히려 “달려와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운지라”(창 33:4)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이 장면은 탕자를 맞이한 아버지의 모습(눅 15:20)을 떠오르게 합니다. 하나님께서 에서의 마음을 미리 움직이셨고, 야곱의 씨름과 회개는 실제 관계 회복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잘못 때문에 사람을 피하고, 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깨어진 관계도 회복시키시는 분이십니다. 야곱과 에서의 화해는 인간의 노력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간섭과 은혜가 함께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3. 은혜를 나누는 겸손한 자
야곱은 자신의 소유에서 예물을 꺼내 에서에게 드리려 합니다(창 33:10-11). 그러나 에서는 그것을 거절하며 “내게도 조카오니”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야곱은 말합니다.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 형님도 나를 기쁘게 받으셨나이다”(창 33:10). 이 고백은 단지 예의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씨름 후 형을 보는 관점이 변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이제 형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본 것입니다.
참된 신앙은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야곱은 은혜를 받았고, 이제 그것을 겸손히 나누려는 모습입니다. 그는 강요하거나 억지로 받게 하지 않았고, 진심으로 형을 높이며 자신의 선물을 전합니다.
4. 동행과 분리: 지혜로운 선택
화해가 이루어진 후에도 야곱은 형과 함께 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과 가축의 연약함을 이유로 천천히 따로 가겠다고 말합니다(창 33:13-14). 그리고 실제로 그는 에서를 따라 세일로 가지 않고, 숙곳과 세겜으로 갑니다(창 33:17-18). 어떤 해석자들은 이 선택이 야곱의 또 다른 불순종이라 보지만, 일부는 신중한 분별의 결과로 봅니다.
화해는 동행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길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야곱은 이제 자신의 사명을 따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나아갑니다. 여기서 우리는 평화와 분별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맺음말: 하나님은 관계도 회복하십니다
야곱과 에서의 화해는 단순한 형제 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의 인생에 어떻게 역사하시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입니다. 과거의 상처와 잘못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회복될 수 있으며, 두려움은 믿음으로 나아갈 때 기적으로 바뀝니다. 우리는 야곱처럼 두려움 가운데 씨름하고, 하나님께 매달리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라 갈 때, 관계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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