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부부는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다: 복음으로 보는 결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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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위기의 시대, 결혼의 본질을 찾아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결혼과 가정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혼율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혼인 대비 이혼율은 약 36%에 달합니다. 특히 중장년층의 '황혼 이혼' 비율은 매년 상승하며, 결혼생활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이 전체 이혼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졸혼'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하여 법적으로는 부부 상태를 유지하되 실질적으로는 별거하는 현상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표면적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 대화 부족, 성격 차이, 외도 등이 거론됩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결혼의 본질적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에게 결혼은 점차 '평생의 서약'이 아닌 '상호 만족의 계약'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이 최우선시되는 문화 속에서, 결혼은 그 신성함을 잃고 개인 만족도의 척도로 평가받는 관계로 전락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는 결혼의 본질적 의미를 재발견해야 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결혼의 정체성과 목적은 무엇이며, 왜 하나님께서는 이 제도를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세우셨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1. 결혼은 하나님의 신성한 언약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이것은 큰 비밀이라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에베소서 5:31-32)

 

성경에서 결혼은 단순한 사회적 제도가 아닌 하나님이 직접 제정하신 신성한 언약입니다. 창세기 2장에서 하나님은 아담에게 배필인 하와를 만들어주시고 첫 결혼식을 주관하셨습니다. 이는 결혼이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라 창조주의 계획 안에 있는 신성한 질서임을 보여줍니다.

1.1 언약(Covenant)과 계약(Contract)의 차이

현대 사회는 결혼을 '계약'으로 봅니다. 계약은 상호 이익을 위한 법적 약속으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파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적 결혼은 '언약'입니다. 언약은 무조건적인 헌신을 요구하며, 환경이나 감정의 변화와 상관없이 지켜야 할 신성한 서약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으신 언약을 생각해보십시오. 이스라엘이 배반해도 하나님은 언약을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호세아서에서 하나님은 불륜을 저지른 아내 같은 이스라엘을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이처럼 결혼 언약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반영합니다.

"그 여인이 어려서부터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그의 남편이 그의 언약의 짝이요
하나님의 증거하신 배필이 아니냐" (말라기 2:14)

 

말라기서는 결혼을 명확히 '언약의 짝'으로 정의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증인이 되신 거룩한 약속입니다. 예수님도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태복음 19:6)고 말씀하심으로써 결혼의 영속성과 신성함을 강조하셨습니다.

1.2 한 몸(One Flesh)의 신비

"한 몸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육체적 결합을 넘어섭니다. 히브리적 사고에서 '한 몸'은 전인격적 결합을 의미합니다. 이는:

  • 영적 연합: 공통된 신앙과 가치관 공유
  • 정서적 연합: 깊은 친밀감과 상호 이해
  • 지적 연합: 삶의 목적과 방향성 일치
  • 육체적 연합: 성적 친밀함과 배타적 관계
  • 사회적 연합: 공동체 안에서 하나의 단위로 인정

이러한 전인격적 결합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연합을 반영합니다. 아버지, 아들, 성령이 완전한 사랑의 관계 속에서 하나이신 것처럼, 부부도 깊은 연합과 구별된 개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신비로운 관계입니다.

2. 결혼은 복음을 드러내는 살아있는 비유다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 (에베소서 5:25)

 

성경은 결혼을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에 비유합니다. 이는 결혼의 목적이 단순히 개인적 행복이나 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결혼은 무엇보다 복음의 실체를 드러내는 살아있는 비유입니다.

2.1 희생적 사랑의 무대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방식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십자가의 사랑을 반영해야 합니다. 이는 자기중심성이 아닌 자기 희생을 요구합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희생적인지를 보여주는 궁극적 표현입니다.

그리스도는 교회를 위해:

  • 하늘 영광을 버리셨습니다 (빌립보서 2:6-8)
  • 종의 형체를 취하셨습니다
  • 십자가에서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셨습니다

이와 같이 남편은 아내를 위해 자신의 특권, 권리, 욕구를 기꺼이 내려놓고 섬김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남성성의 모델입니다.

2.2 신실한 순종의 본보기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은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모습을 반영합니다. 이는 열등함이나 무가치함의 표현이 아니라, 신뢰와 존중에 기반한 자발적 협력입니다.

그러나 현대 문화는 '순종'이라는 개념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순종이 억압이나 학대의 도구로 오용된 역사적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적 순종은 상호 존중과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 협력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아버지께 순종하셨으나 열등하지 않으신 것처럼, 아내의 순종도 존엄성과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차별이 없느니라" (갈라디아서 3:28)

 

순종은 결코 학대나 착취를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그리스도처럼 사랑하지 않으면서 아내의 순종만 요구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2.3 은혜와 용서의 실천

결혼은 복음의 핵심인 은혜와 용서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장입니다. 부부 관계에서 갈등과 상처는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신 것처럼, 부부는 서로의 실패와 약점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용서는 단순히 감정적 해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상대의 잘못을 더 이상 관계의 장애물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적 결단입니다. 십자가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셨듯이, 부부도 서로의 죄에 대해 깊은 용서를 실천할 때 복음의 능력이 가정 안에 흐르게 됩니다.

3. 왜 오늘날 결혼은 더 어려워졌는가?

3.1 문화적 도전들

① 개인주의의 극대화

현대 사회는 '나'의 자아실현과 행복을 최우선시합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결혼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SNS와 미디어는 끊임없이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관계'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현실의 결혼에 대한 불만족을 키웁니다.

자아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문화 속에서, 부부가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패배'나 '자아 상실'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자신을 내어줄 때 더 큰 충만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② 소비주의적 관계관

현대 소비사회는 모든 것을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취급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인간관계에도 침투하여, 관계가 '만족'을 제공하지 않으면 쉽게 버리고 새것을 찾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결혼 역시 '소비재'처럼 여겨져, 만족도가 떨어지면 교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됩니다.

③ 현실적 압박

  • 경제적 부담: 주거비, 교육비 등의 증가로 경제적 압박이 가중됨
  • 일-가정 균형: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시간과 에너지 부족
  • 확대가족의 약화: 조언과 지지를 제공하던 가족 네트워크의 약화
  • 과도한 기대: 미디어가 조성한 '완벽한 결혼'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3.2 영적 도전들

① 영적 기초의 약화

많은 부부들이 하나님 중심이 아닌 자기 중심적 결혼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결혼의 중심에 두지 않으면, 시련이 올 때 견딜 힘을 잃게 됩니다. 사랑이 감정이나 욕구 충족에만 기반할 때, 그것은 지속적인 헌신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② 영적 전쟁의 현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 (에베소서 6:12)

 

결혼은 영적 전쟁의 최전선입니다. 사탄은 하나님의 형상을 반영하는 결혼 제도를 파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격합니다. 많은 부부들이 자신들의 갈등이 단순한 성격 차이나 환경적 요인만이 아닌, 영적 차원의 공격일 수 있음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③ 회개와 화해의 부재

현대 심리학은 종종 '자기 긍정'과 '타인 탓하기'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우리에게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회개할 것을 요구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만 변화하기를 기대할 때, 진정한 화해는 불가능합니다.

4. 부부는 서로의 거룩을 세우는 동역자다

"이는 곧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
자기 앞에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우사" (에베소서 5:26-27)

 

결혼의 궁극적 목적은 단순한 행복이나 만족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로를 통해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결혼을 통해 우리의 이기심, 교만, 미성숙함을 드러내시고, 그것을 다듬어 거룩한 인격으로 성장시키십니다.

4.1 결혼은 성화의 도구다

결혼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더욱 그리스도를 닮게 하시는 영적 성장의 훈련장입니다. 배우자는 종종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사포'가 되어 우리의 거친 부분을 다듬습니다. 갈등과 어려움은 우리의 죄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직면하여 성장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티모시 켈러 목사는 『결혼의 의미』에서 "결혼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죄의 발견을 가능하게 하고, 또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인격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말합니다. 결혼은 상대방의 약점을 비난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은혜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4.2 말씀과 기도로 세워가는 영적 가정

"오직 주의 말씀을 즐거워하여 그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 (시편 1:2)

 

건강한 결혼은 하나님의 말씀에 함께 뿌리내릴 때 번성합니다. 부부가 함께 말씀을 읽고, 적용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할 때, 그들의 관계는 시대의 도전을 이겨낼 영적 탄력성을 갖게 됩니다.

실천적 방법:

  • 가족 예배: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가족이 함께 모여 예배
  • 부부 기도: 매일 서로를 위해, 자녀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시간
  • 말씀 나눔: 각자 묵상한 말씀을 나누며 영적 친밀감 형성
  • 교회 공동체: 신앙 공동체 안에서 다른 부부들과 교제하며 서로 격려

5. 결혼 언약을 지키는 실천적 지혜

5.1 의사소통의 지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혼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성경은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에베소서 4:29)

 

실천적 의사소통 원칙:

  • 경청의 태도: 반응하기 전에 충분히 들으십시오 (야고보서 1:19)
  • 존중하는 언어: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비난하는 언어 피하기
  • 정직한 표현: 사랑 안에서 진실을 말하기 (에베소서 4:15)
  • 갈등 해결의 순서: 마태복음 18:15-17의 원리 적용
  • 용서의 실천: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 (에베소서 4:26)

5.2 친밀감의 유지와 발전

결혼 생활이 오래될수록 친밀감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① 정서적 친밀감

  • 꾸준한 대화의 시간을 확보하기
  • 서로의 꿈과 두려움, 희망을 나누기
  •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공감하기

② 지적 친밀감

  • 함께 책을 읽거나 강연 듣기
  • 믿음과 가치관에 대해 깊이 대화하기
  • 공통 관심사 발전시키기

③ 육체적 친밀감

  • 성적 친밀함을 하나님의 선물로 인식하기 (잠언 5:18-19, 아가서)
  • 서로의 필요와 선호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 피로, 스트레스, 건강 문제가 친밀감에 미치는 영향 이해하기

④ 영적 친밀감

  •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는 시간 갖기
  • 서로의 영적 성장을 격려하고 책임지기
  • 영적 대화를 일상의 일부로 만들기

5.3 시련을 통한 성장

모든 결혼은 시련을 겪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련을 어떻게 대하느냐입니다:

"시험을 참는 자는 복이 있도다 이것에 옳다 인정하심을 받은 후에
주께서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면류관을 얻을 것임이니라" (야고보서 1:12)

 

시련은 결혼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킬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재정적 어려움: 함께 우선순위를 정하고 검소함을 배울 기회
  • 건강 문제: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라는 서약을 실천할 기회
  • 자녀 양육의 도전: 부모로서의 성장과 인내를 배울 기회
  • 외부 유혹: 헌신과 정절의 가치를 재확인할 기회

결론: 결혼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의 무대다

"그런즉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마태복음 19:6)

 

사랑하는 여러분, 결혼은 단순히 개인적 행복을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복음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설계하신 신성한 무대입니다. 결혼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 교회의 순종, 거룩함의 성장, 용서의 능력을 실제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오늘날 결혼의 의미가 흐려지고 그 가치가 도전받는 시대에, 우리는 더욱 확고히 하나님의 설계를 따라 결혼 언약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변화되어 갑니다.

여러분의 결혼이 단순한 계약이 아닌 거룩한 언약으로 세워지고, 개인적 만족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목표로 할 때, 그 결혼은 세상의 어떤 폭풍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기초 위에 서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다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 것 같이 주의 영광을 보매 그와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니 곧 주의 영으로 말미암음이니라" (고린도후서 3:18)

 

묵상과 적용을 위한 질문

  1. 나는 결혼을 하나님 앞에서 맺은 언약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상호 만족을 위한 계약으로 보고 있는가?
  2. 나의 배우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이 얼마나 드러나고 있는가?
  3. 결혼 생활의 어려움이 나의 성품을 다듬고 성숙하게 하는 과정임을 인식하고 있는가?
  4. 우리 부부는 서로의 영적 성장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가?
  5. 결혼 관계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할 수 있는가?

참고 도서

  • 『결혼의 의미』 - 티모시 켈러
  • 『사랑과 존경』 - 에머슨 에거리치
  • 『5가지 사랑의 언어』 - 게리 채프먼
  • 『성경적 결혼 상담』 - 웨인 맥
  • 『언약의 결혼』 - 데릭 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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